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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와 패션 (드레스코드, 브랜드, 아이콘)

by knowcatch 2025. 8. 19.

테니스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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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코트는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시대의 스타일과 문화가 공존하는 하나의 런웨이였습니다. 땀을 숨기기 위해 시작된 윔블던의 엄격한 '올 화이트' 드레스코드부터, 코트의 문화를 바꾼 상징적인 브랜드,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로 시대를 정의한 패션 아이콘까지. 테니스와 패션의 매혹적인 만남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전통과 저항의 상징, 드레스코드(Dress Code)의 역사

테니스 패션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윔블던의 '전신 흰색(All-White)' 규정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입니다. 1880년대 빅토리아 시대, 테니스가 상류층의 사교 스포츠로 여겨지던 시절, 땀에 젖은 유색 옷을 보이는 것이 무례하고 보기 흉하다고 생각했던 당시의 사회적 통념에서 이 규칙은 시작되었습니다. 흰색은 땀 자국을 최소화하고, 부와 순수함을 상징하는 색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전통은 1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져, 윔블던을 다른 모든 대회와 구별 짓는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윔블던의 드레스코드는 상상 이상으로 엄격합니다. 단순한 흰색이 아닌 '거의 전적으로 흰색(almost entirely in white)'이어야 하며, 크림색이나 미색(off-white)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옷깃이나 소매 끝에 들어가는 유색 라인의 폭은 1cm를 넘을 수 없다는 세부 규정까지 존재합니다.

이러한 엄격함은 때로 선수들의 창의적인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로저 페더러는 2013년 밑창이 주황색인 신발을 신었다가 다음 경기부터 교체하라는 경고를 받았고, 안드레 애거시는 자신의 화려한 패션을 고수하기 위해 전성기 시절 윔블던에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US오픈이나 프랑스 오픈 같은 다른 그랜드슬램들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선수들의 개성 있는 컬러와 디자인을 허용했고, 이는 각 대회의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처럼 테니스의 드레스코드는 단순히 옷의 색깔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 한 시대의 사회적 가치관과 대회의 정체성, 그리고 선수들의 개성이 충돌하고 타협하며 만들어온 흥미로운 역사의 산물입니다.

코트에서 거리로, 테니스를 정의한 브랜드(Brands)

테니스만큼 선수 출신이 만든 '브랜드(Brands)'가 주류 패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스포츠도 드뭅니다. 그 시작에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선수 '르네 라코스테(René Lacoste)'가 있습니다. 1920년대 선수들은 뻣뻣한 긴팔 셔츠를 입고 경기해야 했는데, 이에 불편함을 느낀 라코스테는 통기성이 좋은 피케(piqué) 면 소재의 반팔 셔츠를 직접 개발해 입었고, 이것이 바로 오늘날 '폴로셔츠'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그의 별명이었던 '악어' 로고는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의류 로고 중 하나로, 테니스 코트에서 탄생한 패션이 어떻게 일상복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입니다. 영국의 프레드 페리(Fred Perry)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윔블던 3연패를 달성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했고, 월계관 로고가 박힌 그의 폴로셔츠는 영국 젊은이들의 하위문화(subculture)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1980~90년대에는 나이키(Nike)가 존 매켄로와 안드레 애거시라는 두 명의 '반항아'를 앞세워 테니스 패션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애거시의 '이미지는 모든 것이다(Image is Everything)' 캠페인은 테니스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의 형광색 의상, 데님 반바지, 긴 머리와 헤어밴드는 점잖은 테니스 문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고, 젊은 세대를 테니스로 끌어들이는 폭발적인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아디다스(Adidas)는 '스탠 스미스'라는 역사상 가장 아이코닉한 테니스화를 통해 코트를 넘어 스트리트 패션의 영역을 점령했습니다. 이처럼 테니스 브랜드의 역사는 단순히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넘어, 시대의 문화와 스타일을 창조하고 이끌어온 혁신의 역사입니다.

시대를 정의한 스타일, 코트 위의 아이콘(Icons)

어떤 선수들은 뛰어난 실력을 넘어, 코트 위에서 보여준 독보적인 스타일로 한 시대를 정의하는 '패션 아이콘(Icons)'으로 기억됩니다. 그 최초의 아이콘은 1920년대 프랑스의 슈퍼스타 '수잔 렝글렌(Suzanne Lenglen)'이었습니다. 그녀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스커트와 코르셋을 입던 당시 여성 선수들의 복장을 과감히 거부하고, 무릎까지 오는 플리츠스커트와 민소매 상의, 그리고 트레이드마크인 실크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코트에 등장했습니다. 그녀의 파격적인 스타일은 여성의 자유와 활동성을 상징하며 테니스를 넘어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90년대의 아이콘이 안드레 애거시였다면, 21세기 코트 위의 가장 위대한 패션 아이콘은 단연 '세레나 윌리엄스'입니다. 그녀는 테니스웨어를 통해 강력한 자기표현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왔습니다. 2018년 프랑스 오픈에서 착용한 검은색 '캣슈트(catsuit)'는 출산 후 건강 문제(혈전 방지)를 위한 기능적 의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조직위로부터 '복장 규정 위반'이라는 논란을 낳으며 여성 선수의 몸과 복장에 대한 낡은 관습에 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협업한 유니폼을 입는 등, 코트를 자신의 정체성과 예술성을 표현하는 무대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클래식의 대명사' 로저 페더러는 그의 우아한 플레이 스타일만큼이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패션으로 유명합니다. 나이키와 함께 만든 'RF' 로고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유니클로로 이적한 후에는 기능성을 넘어선 라이프스타일웨어로서의 테니스 패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트 위의 아이콘들은 패션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때로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며 테니스의 경계를 넓혀왔습니다.

 

테니스와 패션은 지난 100여 년간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함께 진화해왔습니다. 윔블던의 흰색 옷이 상징하는 전통과 존중의 가치부터, 세레나 윌리엄스의 캣슈트가 보여준 자기표현의 자유까지, 코트 위의 의상은 단순한 유니폼이 아닌 시대의 문화와 선수의 철학을 담아내는 캔버스였습니다. 테니스 브랜드들은 코트의 기능성을 일상의 스타일로 끌어왔고, 아이콘들은 자신의 몸으로 테니스가 얼마나 아름답고 역동적인 스포츠인지를 증명해냈습니다. 앞으로 코트 위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가 우리를 매료시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