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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백핸드 슬라이스 마스터 (그립, 타점, 활용법)

by knowcatch 2025. 8. 16.

테니스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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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탑스핀만이 테니스의 유일한 해답은 아닙니다. 때로는 낮고 빠르게 미끄러지는 한 방의 슬라이스가 경기의 흐름을 통째로 바꿀 수 있습니다. 수비의 기술을 넘어 지능적인 공격 옵션으로 진화한 백핸드 슬라이스. 올바른 그립부터 정교한 타점, 그리고 다채로운 전략적 활용법까지, 이 예술적인 샷을 마스터하는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것의 시작, 올바른 그립의 중요성

효과적인 백핸드 슬라이스를 구사하기 위한 여정은 올바른 '그립(Grip)'을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슬라이스에 가장 이상적인 그립은 바로 '콘티넨탈 그립(Continental Grip)'입니다. 흔히 '망치 그립'이라고도 불리는 이 그립은 서브, 발리, 오버헤드 스매시 등 다양한 기술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매우 기본적인 그립입니다.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라켓의 8각 핸들에서 가장 윗면을 1번,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옆면을 2번이라고 할 때, 검지의 밑부분 너클이 2번 베벨(bevel)에 위치하도록 잡는 것이 정확한 콘티넨탈 그립입니다. 이 그립이 슬라이스에 필수적인 이유는, 자연스럽게 라켓 면을 살짝 열어주어 공의 아랫부분을 깎아내리며 언더스핀(역회전)을 걸기에 가장 용이한 구조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양손 백핸드나 이스턴 그립처럼 라켓 면이 닫히는 그립으로 슬라이스를 시도하면, 손목에 무리가 가거나 공이 힘없이 위로 뜨기만 할 뿐, 낮고 빠르게 깔리는 효과적인 슬라이스를 구사하기 어렵습니다.

'슬라이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의 경기 모습을 보면, 그가 탑스핀 백핸드를 구사한 직후 다음 공을 슬라이스로 대처할 때 얼마나 빠르고 자연스럽게 콘티넨탈 그립으로 전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여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슬라이스를 구사했다고 평가받는 슈테피 그라프는 그녀의 게임 전체를 이 콘티넨탈 그립에서 나오는 슬라이스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이처럼 콘티넨탈 그립은 단순히 슬라이스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넘어, 샷의 완성도와 안정성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초석입니다.

깎아내리듯 정교하게, 타점과 스윙의 메커니즘

올바른 그립을 잡았다면, 이제는 정확한 '타점(Contact Point)'과 스윙 메커니즘을 익혀야 합니다. 탑스핀 스트로크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low-to-high) 스윙 궤적을 그리는 것과 정반대로, 슬라이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high-to-low) 스윙 궤적을 가집니다. 스윙은 어깨 높이 근처에서 간결하게 테이크백을 한 후, 라켓 헤드가 공보다 높은 위치에서 출발하여 공의 뒷면 아랫부분을 향해 부드럽게 '깎아 내리듯' 전진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타점의 위치입니다. 이상적인 타점은 몸의 앞쪽, 그리고 옆쪽에 형성되어야 합니다. 공이 몸에 너무 가깝게 붙거나 타점이 뒤로 밀리면, 충분한 체중을 싣지 못해 공이 힘없이 뜨거나 네트에 걸리기 쉽습니다. 항상 한 발 더 움직여 공과의 거리를 확보하고, 몸 앞쪽에서 임팩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임팩트 순간, 라켓 면은 지면과 살짝 열린 각도를 유지해야 하며, 손목은 과도하게 꺾이지 않고 견고하게 고정되어야 합니다. 손목의 힘으로 공을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어깨 회전과 체중 이동을 통해 라켓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합니다. 또한, 무릎을 충분히 굽혀 자세를 낮추는 것은 낮은 공을 처리할 때나 더 강력한 언더스핀을 만들 때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비우세 손(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는 라켓의 목 부분을 가볍게 잡고 있다가 테이크백 시 라켓을 뒤로 보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임팩트 시에는 반대 방향으로 뻗어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날카롭고 안정적인 슬라이스가 탄생합니다.

상대를 교란시키는 무기, 슬라이스의 전략적 활용법

백핸드 슬라이스는 단순히 수비적인 샷이 아닙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매우 지능적인 '전략적 무기'입니다. 첫째, '수비 및 시간 벌기'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상대의 강력한 공격에 좌우로 몰려 수세에 처했을 때, 깊고 낮은 슬라이스를 보내면 상대방의 다음 공격 템포를 늦추고 내가 중앙으로 복귀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둘째, '경기 템포 변화'를 위한 무기입니다. 빠른 템포의 탑스핀 랠리가 계속될 때,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낮게 깔리는 슬라이스를 섞어주면 상대의 리듬을 완벽하게 파괴하고 범실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공격적인 어프로치 샷'으로 활용됩니다. 낮고 빠르게 미끄러지는 슬라이스는 상대가 공을 네트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게 만들기 때문에, 매우 공격하기 어려운 약한 공이 되돌아올 확률이 높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네트로 전진하여 손쉬운 발리로 포인트를 마무리하는 것은 슬라이스의 가장 공격적인 활용법입니다.

특히, 코트 표면에 따라 슬라이스의 위력은 달라집니다. 잔디 코트에서는 공이 바운드된 후 거의 튀어 오르지 않고 낮게 미끄러지기 때문에 가장 위력적인 무기가 됩니다. 반면, 공이 높게 튀는 클레이 코트에서는 상대를 네트 앞으로 유인하는 짧은 앵글 슬라이스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백핸드 슬라이스는 선수가 가진 전술적 이해도에 따라 그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게 변하는, 고차원적인 기술입니다.

 

백핸드 슬라이스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당신의 테니스에 새로운 차원의 깊이와 다양성을 더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공을 받아넘기는 수비수를 넘어,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고 상대의 허를 찌르며 영리하게 포인트를 만들어가는 '코트 위의 전술가'로 거듭나게 해주는 무기입니다. 강력한 탑스핀과 함께 날카로운 슬라이스를 장착했을 때, 비로소 당신의 게임은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