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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코트의 희귀 규칙 (힌드런스, 시간 초과, 기권)

by knowcatch 2025. 8. 20.

테니스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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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경기의 승패는 때로 선수의 샷이 아닌, 심판의 콜 하나로 결정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경기의 공정성을 지키고 선수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복잡하고 희귀한 규칙들이 코트 위에는 존재합니다. 상대방을 방해했을 때 선언되는 '힌드런스'부터, 엄격한 시간제한 규정, 그리고 기권에 얽힌 이야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테니스 규칙의 세계를 깊이 파고듭니다.

고의든 아니든 방해는 반칙, 힌드런스(Hindrance)의 세계

'힌드런스(Hindrance)'는 우리말로 '방해'를 의미하며, 한 선수의 행동이 상대방의 플레이를 방해했다고 판단될 때 주어지는 벌칙입니다. 힌드런스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고의적인 방해'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스윙을 하려는 결정적인 순간에 고의로 큰 소리를 지르거나, 의미 없는 동작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2011년 US오픈 결승전에서 세레나 윌리엄스는 샷이 끝나기도 전에 너무 빨리 "컴온!"을 외쳤다가 힌드런스 판정을 받고 포인트를 잃었던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샷이 위닝샷이 될 것이라 확신했더라도, 공이 상대방에게 도달하기 전에 외치는 소리는 상대의 플레이를 방해할 수 있다는 규칙에 따른 것입니다.

두 번째는 '비고의적인 방해'입니다. 경기 도중 선수의 주머니에서 공이 빠져나와 코트에 굴러다니거나, 모자나 선글라스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랠리 도중에 발생하여 상대 선수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면, 심판은 즉시 "렛(Let)"을 선언하고 해당 포인트를 다시 진행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 방해가 명백한 위닝샷 상황을 막았다면, 심판은 방해를 유발한 선수에게 실점을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앤디 머레이는 경기 중 주머니에서 공을 자주 떨어뜨려 상대 선수들로부터 "전략적인 것 아니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힌드런스는 단순히 물리적인 접촉을 넘어, 시각적, 청각적으로 상대방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코트 위의 예의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매우 중요한 규칙입니다.

보이지 않는 시계와의 싸움, 시간 초과(Time Violation) 규정

현대 테니스는 속도감 있는 경기를 위해 매우 엄격한 '시간제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시계와의 싸움에서 실패하면, 선수는 경고나 벌점을 받게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간제한은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의 시간입니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이 시간을 25초로 제한하는 '샷 클락(Shot Clock)'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버는 이전 포인트가 끝난 후 25초 안에 다음 서브 동작을 시작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부터는 첫 서브를 잃는 '폴트' 벌칙을 받게 됩니다. 이 규정은 특히 자신만의 루틴이 길고 땀을 많이 흘리는 라파엘 나달과 같은 선수들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포인트 사이 시간 외에도, 2분의 '체인지오버(코트 변경)' 시간, 5분의 '웜업(경기 전 연습)' 시간, 그리고 세트 종료 후 화장실을 다녀오는 '토일렛 브레이크' 시간 등 모든 행동에 시간제한이 따릅니다. 특히, 경기 중 선수가 부상 치료를 받는 '메디컬 타임아웃'은 단 한 번, 3분의 시간만 허용되는 매우 엄격한 규칙입니다. 선수들은 이 짧은 시간 안에 물리치료사의 처치를 받고 경기에 복귀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이 시간을 넘기면 벌점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기권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 초과 규정은 경기의 불필요한 지연을 막고 방송 중계 시간을 맞추기 위한 현실적인 목적도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쉴 틈 없는 육체적, 정신적 압박을 가하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상대인 셈입니다.

존중과 논란 사이, 기권(Retirement)에 대한 고찰

'기권(Retirement)'은 선수가 경기 도중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패배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는 경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선수에게는 매우 고통스럽고 아쉬운 결정입니다. 하지만 기권은 더 큰 부상을 막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프로 선수로서의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기권이 선언되면 상대 선수는 남은 세트나 게임 스코어와 관계없이 즉시 승리하게 됩니다. 이는 종종 논란을 낳기도 합니다. 특히, 1라운드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던 선수가 경기 막판에 기권하는 경우, "끝까지 싸우지 않고 상금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랜드슬램 1라운드에 출전만 해도 수천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대회 시작 전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는 선수에게도 1라운드 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가 무리하게 경기에 나서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기권과 구별해야 할 개념으로는 '실격(Default)'이 있습니다. 기권이 선수 스스로의 결정인 반면, 실격은 심판이 선수의 비신사적인 행위(예: 심판에게 폭언, 라켓으로 심판 의자 가격 등)에 대해 내리는 가장 강력한 처벌입니다. 2020년 US오픈에서 노박 조코비치가 무심코 친 공이 선심의 목에 맞아 실격패를 당했던 사건은, 고의성이 없었더라도 선수의 행동이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했을 때 얼마나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기권과 실격에 대한 규정은, 코트 위에서 선수가 보여줘야 할 스포츠맨십과 상대에 대한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테니스의 핵심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테니스 코트는 단지 공을 넘기는 경기장이 아니라, 명문화된 규칙과 보이지 않는 예의가 지배하는 엄격한 공간입니다. 힌드런스, 시간 초과, 기권과 같은 희귀 규칙들은 때로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규칙들을 이해하는 것은 테니스의 공정성과 스포츠맨십의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우리가 보는 경기를 더욱 풍성하고 흥미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